세계에서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금지하는 이슬람국가는 소말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 부르나이, 모로코, 아프가니스탄 등 50여 개이다.
그리고 이슬람과 상관이 없는 북한이 여기에 속한다. 파키스탄도 이슬람국가 중 하나지만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인정하고 있다. 12월 25일은 어떤의미이고, 기독교인들의 크리스마스 행사와 보안문제, 법과 사회의 이중성을 알아본다.
1. 파키스탄에서 12월 25일의 의미
1-1 까이다 에 아잠 데이
독립운동가이면서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까이다 에 아잠 무함마드 알리 진나(Quaid-e-azam ㅡMuhammad Ali Jinnah )'의 생일이다. 위인이자 지도자였던 그의 생일을 기념하고 그의 정신과 리더십을 기억하며 추모하는 날이다.
1-2 크리스 마스
파키스탄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바라 딘'이라고 한다. 바라는 크다는 뜻이고 딘은 날이라는 의미다.
기독교의 예수 탄생일이자 힌두교나 그 밖의 신자들에겐 일종의 축제의 의미가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성탄절 행사와 파티,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SNS 등을 이용한 축하와 덕담등을 나눈다. 기독교의 이드라고도한다. 매년 한국의 선교단체나 교회에서도 성탄절 준비를 하고 예배를 드린다.
2. 12월 25일의 행사
12월 25일은 국가 공휴일에 속한다. 정확히 25일과 26일 이틀이다. 그리고 교육기관에서는 겨울방학 기간이기도 하다.
보통 12월 22일부터 1월 2,3일까지이다.
먼저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까이다 에 아잠을 기념하는 기념식이나 전시회, 그를 기억하는 프로그램들이 열린다. 방학 전 교내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있다.
그리고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세계 여러 나라처럼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나선다. 기독교의 행사는 어떨까?
보통 한 달 전부터 교회 내부 장식이나 크리스마스 장식 등 준비를 한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는 거리 퍼레이드를 하는데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거리를 나선다. 성탄을 축하하며 기쁜 마음으로 낙타를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자동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12월 24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철야예배를 드리고, 자정이 되면 " 바라 딘 무바락 호"라고 외치며 서로에게 인사한다.'바라 딘 무바락 호'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는 뜻이다.
크리스마스 예배에 참석하고 선물교환을 하거나 파티에 초대하기도 한다. 이날은 우리나라의 설날처럼 새 옷을 입고 용돈도 받는다. 파티에서는 케이크를 자르는 게 관례인데 전통음식인 비리야니나 바비큐등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고 또 가난한 이들도 돌아본다.
큰 쇼핑몰이나 온라인 쇼핑에서는 '까이다 에 아잠 데이 세일'이나 '크리스마스 세일'이라고 해서 마케팅 전략으로 세우기도 한다.
3. 보안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은 소수 종교를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법에 명시해 놓았다.
파키스탄 수정헌법 제1조 : 의회는 종교의 설립이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하고 정부에 대한 불만 해결을 청원할 권리가 있다.
법으로 정해진 조항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개인적인 일이므로 알 수가 없다. 정치권이나 내가 아는 무슬림들은 그들의 행사를 인정해 주고 축하도 해준다. 하지만 종종 터지는 교회를 향한 테러는 이해할 수가 없다.
파키스탄의 기독교인들은 신념 하나로 즐겁게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다. 교회를 향한 공격을 알기에 파키스탄 경찰이나 다른 보호기관이 보안에 나서고 크리스마스 당일엔 타 종교 지도자나 파키스탄 중앙정부의 축하를 받는다.
개인적으로도 초대를 받아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보러 가는 무슬림들도 있다.
파키스탄에 거주하면서 기독교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적이 있는데 25일과 26일은 휴가를 주곤 했다.
마치며,
파키스탄은 이슬람공화국이지만 기독교의 크리스마스가 공식적인 공휴일로 정해져 있다.
국부인 무함마드 알리 진나의 생일이기도 해서 25일은 공통적인 휴일이고, 기독교 신자들을 위해 26일까지 공휴일로 제정했다. 무슬림들은 나름대로 무함마드 알리 진나를 기리고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행사를 준비하고 실천한다. 종종 발생했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파키스탄 경찰이나 보안기관이 지키고 있고, 정치인이나 타 종교의 지도자들의 축하를 받는다. 법에 명시된 것 처럼 자유롭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지만, 파키스탄의 현재 상황은 이중성이 심하다. 인터넷의 보급과 교육수준이 높아진 관계로 마음을 열고 서로 인정과 존중을 하는 무슬림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타종교의 배타적인 마음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2023년 12월 19일 현재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의 축하와 함께 평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https://m.news.nate.com/view/20231220n16454?mid=m04
종교가 아닌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서로 존중하면 안되는걸까? 과도기에 있는 파키스탄이 법으로 명시된 문서뿐만 아니라 국민의식도 바뀌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